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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단|  역사관

팬들과 함께한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농구단의 지난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공동 1위 DB·SK보다 종료 아쉬움 컸던 인삼공사

2019~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팀당 42~43경기씩 치른 5라운드 막판에 조기 종료됐다. 우승팀을 가릴 순 없었지만 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나란히 28승15패를 기록한 원주 DB와 서울 SK를 정규리그 공동 1위로 결정했다. 승리나 패배가 하나만 많거나 적어도 단독 1위를 차지할 수 있었기에 두 팀의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을 가진 팀이 바로 안양 KGC인삼공사다. 26승17패, 공동 1위에 승차에서 2경기 뒤진 단독 3위.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앞두고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조기 종료가 확정되고 “국가적인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맹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건강이 최우선이다”면서도 “솔직히 마지막에 극적인 역전 1위를 기대했다”고 털어놨다. 인삼공사의 팀컬러는 변화무쌍하고 압박 강도가 상당한 수비에 있다. 경기당 스틸 개수가 9.1개로 10개 구단 중 1위다. 특히 문성곤(1.8개·1위), 브랜든 브라운(1.6개·3위), 박지훈(1.5개·4위)까지 개인 스틸부문 상위 5위 안에 3명이나 자리했다. 가로채는 수비는 위험성이 크다. 빼앗지 못하면 손쉬운 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인삼공사는 훈련으로 이를 극복했다. 순간적인 함정수비에 이어 적재적소에 파고들어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팀의 전통적인 색깔이 됐다. 복귀가 임박했던 간판 센터 오세근과 군에서 돌아와 적응 마무리 단계였던 전성현, 이재도를 보면 인삼공사의 아쉬움이 이해된다. 반대로 2020~2021시즌 우승후보로 큰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기도 하다.

3점슛 전체 1위…위기에서 공간을 찾다

인삼공사의 3위를 이변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시즌 동안 ‘부상 병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할 때쯤이면 저 선수가 다쳐서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특히 2019년 12월은 악몽이었다. 국가대표 핵심 전력인 센터 오세근을 시작으로 김경원, 지난 시즌 신인왕 변준형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오세근은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데 온 힘을 쏟았던 크리스 맥컬러마저 1월말에 부상으로 쓰러져 결국 복귀하지 못했다. 베테랑 양희종, 가드 박지훈의 부상까지 겹쳐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 12인 로스터를 구성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만큼 탄탄했던 잇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맥컬러와 브라운이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전체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최근 트렌드인 공간을 살리는 농구가 탄력을 받았다. 내외곽의 조화와 원활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깔끔하고 시원한 인상을 줬다. 역설적으로 주축들의 부상 때문에 찾은 신무기였다. 특히 외곽슛이 덩달아 살아났다. 인삼공사는 평균 8.8개의 3점슛을 꽂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성공률도 29.7%로 가장 높았다. 전성현(2.6개), 문성곤, 맥컬러(이상 1.5개), 박형철(1.2개), 브라운, 변준형(이상 0.9개), 기승호, 박지훈, 양희종(이상 0.8개)까지 번갈아가며 여러 곳에서 터졌다.

개봉박두 '포스트 양희종' 문성곤의 시대

"아직 몸 상태도 아니고,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혹독하게 훈련해야 한다." (2015~2016시즌 김승기 감독) "어렵고 힘든 과정을 스스로 잘 극복했다. 앞으로 우리 팀의 중심이 될 것이다." (2019~2020시즌 김승기 감독)

문성곤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경복고~고려대를 거친 그는 장신(196㎝) 포워드로 동기생들 사이에서 줄곧 최고를 달렸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적응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인삼공사에는 국가대표 핵심 전력인 양희종이 버티고 있었다. 동 포지션으로 문성곤의 설 자리는 없었다. 데뷔 시즌 평균 7분30초, 두 번째 시즌 평균 15분15초를 뛰는데 만족했다. 일취월장했다. 이번 시즌 42경기에서 평균 30분36초를 뛰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당 7.3점 5리바운드 1.8스틸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틸은 전체에서 1위로 감독들이 좋아할 개인기록 분포를 보여줬다. 무리한 공격 없이 기회에서 슛을 던졌고, 스피드를 살려 속공을 마무리했다. 수비에서는 상대 에이스를 전담으로 막았다. 전성기 양희종이 했던 역할을 그대로 수행했다. 높이와 운동능력에서는 오히려 양희종을 압도한다. 문성곤의 또 하나의 장점은 상대 1번(포인트가드)부터 3번(스몰포워드)까지 모두 매치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성곤은 이번 시즌 최우수수비선수상을 수상하며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렸다. 인삼공사는 2016~2017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챔피언 탈환을 노린다. 베테랑 양희종과 '포스트 양희종' 문성곤의 바통 터치 속에서 최고의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다음 시즌 구상은

김승기 감독의 목표는 뚜렷하다. 우승이다. 가드 박지훈이 군입대 예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전력누수는 없다. 물론 코로나19 종식 여부에 따른 외국인선수 영입과 부상 등의 변수는 여전하다. 기대감은 크다. 박지훈의 공백은 이재도, 변준형과 가능하다면 외부 자유계약(FA) 선수 영입으로 메울 방침이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오세근이 돌아오고, 물오른 문성곤과 양희종이 버티는 포워드 라인업이 탄탄하다. 지난 시즌 전역으로 도중에 합류했던 슈터 전성현도 비시즌에 함께 땀 흘리며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젊은 빅맨 자원인 김경원, 김철욱 등은 오세근이 쉬는 동안 궂은일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2019~2020시즌 어려움을 겪게 했던 부상 변수만 최소화한다면 인삼공사는 막강한 우승후보 중 하나가 될 게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