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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단|  역사관

팬들과 함께한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농구단의 지난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쉽게 놓친 우승, 정상 향한 발판 만들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마침표를 찍어야 했던 2019-2020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또한 아쉬움을 삼킨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물오른 수비력과 오세근의 복귀 임박, 전성현, 이재도 등이 페이스를 올리고 있었으나 단 2경기 차이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의 아쉬움은 정상에 오르는 동기부여가 됐다. KGC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NBA 출신 얼 클락을 영입했다. KGC인삼공사 외에도 다수의 팀이 특급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는데 이중에서도 클락은 최상위권 선수로 꼽혔다. 클락이 KGC인삼공사 특유의 강한 팀수비와 조화를 이룬다면 구단 통산 세 번째 우승도 가능해보였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 전력의 핵심, 오세근의 건강이었다. 오세근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비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19-2020시즌 17경기 출장에 그쳤던 오세근은 2020-2021시즌 48경기에 출장했다. 건강한 오세근이 곧 KGC인삼공사의 최대 무기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23분여대로 개인 통산 가장 낮았지만 여전히 그는 코트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오세근이 중심을 잡으면서 이재도, 전성현, 변준형, 문성곤도 펄펄 날았다. 기습적인 더블팀과 적극적으로 스틸을 노리는 KGC인삼공사 만의 수비 시스템이 비로소 완전체를 이뤘다. 상대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파도처럼 상대를 집어삼켰다. ‘수비가 곧 공격’이라는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의 농구가 고스란히 코트 위에서 실현됐다.

설교수의 코트 정복, 제러드 설린저 영입으로 최강 스쿼드 구성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국내 선수들은 활약했지만 믿었던 외국인선수가 문제였다. 특히 클락은 공격에서 기복을 보이며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12월말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클락을 대신해 이미 공격력을 증명한 크리스 맥컬러를 영입했다. 하지만 맥컬러도 기대 이하였다.

KGC인삼공사가 중위권을 맴돌았던 3월초 ‘신의 한 수’로 리그 판도가 요동쳤다. KGC인삼공사는 우승을 향한 마지막 카드로 제러드 설린저를 선택했다. 4년 전까지 NBA에서 활약한 설린저를 앞세워 외국인선수를 향한 고민을 비로소 지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몇 년 전 큰 부상을 당했고 최근 경기 경험도 많지 않은 설린저지만 KGC인삼공사는 설린저의 커리어와 구력을 믿었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었다. 설린저는 한국 무대를 밟자마자 리그를 지배했다. NBA 시절보다 향상된 3점슛 능력과 민첩성으로 완전무결한 활약을 펼쳤다. 외국인선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도 능했다. 상대가 더블팀으로 맞서면 주저하지 않고 패스해 오픈찬스를 만들었다. 설린저 영입 전 4, 5위권에 자리했던 KGC인삼공사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3위에 안착했다. 순위표에서는 세 번째지만 경기력만 놓고 보면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만큼 설린저 임팩트는 강렬했다. 그런데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강렬함은 플레이오프 예고편에 불과했다.

플레이오프 10전 10승, 새 역사 창조하며 무결점 ‘퍼펙트 텐’ 우승

스타는 중요한 순간 가장 밝게 빛난다. 설린저가 그랬다. 설린저는 플레이오프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마지막 4쿼터에 괴력을 발휘했다. ‘설교수’ 설린저의 명강의를 앞세워 KGC인삼공사는 6강에서 부산 KT를 시리즈 성적 3승 0패로 싹쓸이했다. 4강에서 만난 울산 현대모비스도 3경기 만에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설린저는 현대모비스 숀 롱과 최강 외국인선수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KBL 역사에 남을 외국인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챔프전 상대는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였다. 이미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챔프전에서도 KGC인삼공사는 첫 4경기를 모두 쓸어 담아 KBL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10승 우승을 달성했다. 3월 설린저 영입을 시작으로 약 두 달 동안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설린저였으나 국내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실제로 챔프전 2차전에서 설린저는 8득점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변준형과 이재도, 그리고 오세근이 함께 대폭발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셋 다 20점 이상을 기록했고 4쿼터 막바지 변준형과 오세근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아직 이루지 못한 2연패, 다시 도전하는 KGC인삼공사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 디펜딩 챔피언 KGC인삼공사에 있어 다가오는 2021-2022시즌도 마찬가지다. 2연패를 응시하지만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먼저 설린저와 재계약이 불발됐다. “NBA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고 했던 김승기 감독의 예상처럼 설린저는 보다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불어 주전 가드 이재도 또한 창원 LG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이재도-변준형-전성현-문성곤은 KGC인삼공사 시스템의 핵심이다. 누군가 이재도의 공백을 메워야한다. 챔프전에서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변준형이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게 KGC인삼공사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12월 상무에서 전역하는 박지훈의 복귀도 기대된다.

KGC인삼공사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지만 연속우승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국내선수 구성은 상위권이었으나 부상 이슈와 마주하거나 외국인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곤 했다. 2021-2022시즌, 명문 구단을 향한 커다란 기로에 서 있는 KGC인삼공사의 비시즌 행보가 주목된다.